"난 다 계획이 있는데!"
우리 다 같이 친구들과의 주말 여행을 위해 몇 주 전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웠어요. 맛집 리스트, 시간대별 동선, 활동까지 1분 1초를 꼼꼼하게 짰죠. 드디어 여행 당일,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친구가 길을 걷다 말고 예쁜 카페를 보더니 신나서 말해요.
"얘들아! 우리 원래 가려던 데 말고, 여기 잠깐 들어가 보면 안 돼? 너무 예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즐거운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와요. '왜 또 계획을 망치려고 하지?', '다 같이 정한 규칙을 왜 자기 마음대로 바꾸려 해?'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거예요. 결국 우리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차갑게 말하죠.
"지금 여기서 시간 낭비하면 다음 일정 다 꼬여. 제발 계획대로 좀 하자."
순간의 감정에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친구들은 우리의 눈치를 봐요. 즐거워야 할 여행이 마치 딱딱한 업무처럼 느껴지죠. 혹시 우리도 이렇게 모든 것이 내 계획과 통제하에 있어야만 마음이 편하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불안하고 화가 나는 경험이 있지 않나요?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을 점점 더 통제 불가능한 외로움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어요.
우리의 친구나 가족, 연인은 우리가 만든 완벽한 계획 속에서 숨이 막힌다고 느낄 거예요.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은 무시당하고, 마치 우리가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는 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겠죠. 결국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하는 것을 '재미있는 시간'이 아닌 '피곤한 일'로 여기게 되고, 점점 우리를 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가장 안타까운 건, '완벽한 통제를 통해 안정감을 얻으려' 했던 우리의 노력이, 결국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는 외로움'이라는 최악의 불안을 낳는다는 점이에요. 모든 것을 손에 쥐려 할수록,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이런 마음의 패턴을 **'과도한 통제 욕구(Excessive Need for Control)'**라고 불러요.
이건 우리가 꼼꼼하거나 책임감이 강해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 = 위험한 상황'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요.
'인지행동치료(CBT)'의 창시자인 아론 벡(Aaron T. Beck) 박사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이런 통제 욕구가 '인지 왜곡', 즉 생각의 오류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어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견디기 힘들어, 내 주변의 모든 사람과 환경을 통제함으로써 그 불안을 잠재우려는 잘못된 시도라는 거죠. 즉, 우리가 통제하고 싶은 것은 사실 타인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통제 불가능한 불안감인 셈이에요.
우리의 마음은 마치 정해진 길로만 가야 안심하는 운전자와 같아요. 조금이라도 예측 불가능한 굽은 길이 나타나면, 사고가 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핸들을 부서져라 꽉 쥐게 되는 거랍니다.
이제 그 하얗게 질린 손에 힘을 풀고, 우리 함께 유연하게 운전하는 법을 배워볼 시간이에요.
일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행동 3가지를 제안해 볼게요.
일주일에 딱 한 번, 아주 사소한 것부터 일부러 계획 없이 행동해보는 거예요. 일종의 '불확실성 예방접종' 같은 거죠.
불안감이 치솟고 무언가를 통제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마음속으로 이 공식을 사용해 봐요.
종이를 꺼내, 중앙에 아주 작은 원 하나를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원 안에 **'우리가 진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보는 거예요.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될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마음의 평화'와 '자유'예요.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의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과 즉흥적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게 돼요. 관계는 더 유연하고 편안해지죠.
이제 편안하게 떠올려 볼까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뿐이에요.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분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 라인홀드 니부어, '평온을 비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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