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5~8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된다. 다시 읽게 되는 책들을 살펴보면 내 삶에 갈증이 나거나 나에게 오랜 숙제가 되는 주제들인 것 같다. 그 숙제가 끝이 나지 않아서인지 한 층 더 깊게 파고들기 위해서인지 다시 책은 내 가치관 속에 새롭거나 깊게 들어온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숙제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들어 다시 읽게 시작하였지만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화해시켜준 책이다.
‘비폭력 대화’
이 책은 내 삶의 갈증이고 숙제인 부분에 대한 책이다. 말하기. 이미지, 형상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언어에 대한 갈증과 어려움을 느껴왔고 지금도 느낀다. 지난날 나는 나의 생각에 대한 표현을 어려워했다. 남들 눈치를 보고 타인이 보기에 ‘여성스럽고 예뻐 보이도록’의 방식을 선택하곤 하였다. 그 시절의 내가 읽은 이 책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내 의견 말하기’였다. 하지만 다시 읽게 된 지금은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다시 읽기 전까지 나는 그 시절의 나를 거부했다. 일련의 큰 사건이 있었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과거 내가 가졌었던 천성이나 습관들을 ‘위기가 되는 것’, ‘바꿔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바꾸었다. 과거의 모습이 나오면 더더욱 그에 반하는 생각과 행동들을 하며 한동안 성취감 같은 것을 느꼈다. ‘와우! 사람은 바꿔 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나를 바꿨어!’라고 생각하며 지난날의 나와 반대되는 생각과 행동들을 밀어붙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주는 성취감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읽게 된 지금은 그토록 거부하며 외면해 왔던 ‘여성스럽고 예뻐 보이도록’ 노력한 그 시절 나를 소중하게 받아들였다. 미워했고 미움받았던 내가 나와 화해했다.
‘비폭력대화’와 같은 대화, 소통에 관련된 책을 찾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불편함을 느껴서 책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극복이다. 느끼고 있는 불편함을 가속화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상태까지만 극복해야 비폭력 대화의 ‘NVC 모델’을 시작할 수 있다. 책의 도입부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나는 그 사람들의 말을 공격이 아니라 영혼과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을 서로 나누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의 선물로 받아들였다.’
이 문구는 격한 불안, 공포, 화 등을 담은 말과 감정을 마주하는 상황에서의 저자 마셜 B. 로젠버그의 마음가짐이다. 이는 불편한 때로는 공포가 되기도 하며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초점을 갖게 한다. 이게 정말 어려울 수 있다. 난데없이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 더 감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연민으로 서로 주고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을 인간의 본성으로 정의한다. 연민의 마음으로 ‘내 앞에 있는 상대 역시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아는 상태. 그 아는 상태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초점을 맞출 수 있게 극복하여야 한다. 그 자체로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나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위기의 상황에 다다르면 대부분 휩쓸려 위기를 바라본다. 하지만 제 3자는 다르다. 연민을 느끼거나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기에 위기에서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혹시 ‘연민’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다면 ‘제 3자의 눈’으로 이해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비폭력대화의 시작은 휩쓸리지 않고 용기 있게 극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NVC 모델(관찰 – 느낌 – 욕구 – 부탁)’을 시작할 수 있다. 폭력에 폭력으로 가는 사례들은 역사에도 현시대의 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진정한 용기는 강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내가 ‘여성스럽고 예뻐 보이도록’ 노력한 지난날의 나에 대한 강한 대처가 무엇을 놓치고, 바라보지 못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여성스럽다’는 여성의 사회 활동, 여성 인권 등으로 역사의 관습들이 발전해 가며 여성들에게 혹은 사회적으로 때론 폭력적 언어로 비치거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나 또한 ‘나는 한 인간이지 여자가 아니야!’라며 ‘주체적인 내 삶’이라는 단어로 강한 방어를 해왔다. 그것은 너무 빠르고 쉽게 여성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응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스럽다’의 ‘여성’ 속에는 연약하고 수동적인 것만 있고 강인함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라면 출산과 모성이 있다. 이 두 가지는 연약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모습들이 있겠지만 대부분 과거나 현재 모두 엄마들은 강인함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웃음) 그 생각을 바라보니 거부해왔던 나는 어리숙하고, 경험이 부족해서 강약의 조절이 부족했을 뿐이지 아이도 낳아보지 않은 내가 모성을 기반한 따뜻하고 강인한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계속 거부하고 비난해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다듬고 개발시킬 나의 일부를 부정한 것에 대한 사과와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화해를 주고받는 순간을 갖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 번쯤 나 자신을 연민으로 바라보며 방어하고 회피하였던 나의 소중한 것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 책에서는 더불어 다듬고 발전시키는 방법도 알려준다!
바로 ‘NVC 모델’이다.
NVC 모델을 간략히 정리하면, [1. 관찰, 2. 느낌, 3. 욕구, 4. 부탁]이다.
첫째, 어떤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
둘째, 관찰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
셋째, 느낌을 일으키는 것이 어떤 욕구(가치관, 원하는 것)에서 왔는지 알아차리는 것.
넷째, 구체적인 행동 부탁을 하는 것.
이 네 단계는 말하기도 듣기도 가능하다.
첫째, 어떤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
둘째, 관찰에 대한 느낌을 알아차리게 돕고 물어보는 것.
셋째, 느낌을 일으키는 것이 어떤 욕구(가치관, 원하는 것)에서 왔는지 알아차리게 돕고 물어보는 것.
넷째, 구체적인 행동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
더하여, 이 방식에 공감도 가능하다.
이 NVC 모델 4단계 안에서 나는 구체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책에서는 단계별로 세세한 사례들과 중요한 키워드들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게 알아차리거나 표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모호한 것에서 불안함을 느끼고 불안은 공격이 되기도 한다. 흔히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여성과 남성의 대화를 재미있게 구성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중에 스무 고개식 대화를 그려낸다. 누구나 경험해 봤을 법하고 공감 가는 사례지만, 관계 측면에서 폭력적임을 느낀다. ‘블랙 코미디’같은 느낌을 받는다. 양쪽이 유머의 개념으로 주고받을 수 있겠지만 유머가 부족한 나는 그런 대화 방식 사용하거나 받아주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유머도 잠깐이지 지속되면 더 의상 유머가 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언어 표현은 책임감에 대한 의식이라고 저자는 설명 해준다. 모호한 표현과 책임감을 대입해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다. 우리 모두 듣거나 말할 때 구체적이지 않은 모호한 표현이 어떤 책임을 피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4단계를 익히기 이전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추천한다! 그리고 더 궁금하고 NVC에 대하여 알아가고자 한다면 꼭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가치들을 실행하면 너무나도 충만하고 평화롭게 삶에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말 많은 노력과 의식이 필요한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지금은 편안한 사람과 나 자신에게는 완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사용해가며 지낸다. 하지만, 불편하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극복이 쉽게 되지 않아 지나고 난 뒤 아쉬워하고 있는 단계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온전히 사용하고 싶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소중한 존재들에게 폭력적이고 싶진 않기에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은 서툴러도 할 가치가 있다.’
이 문구는 아침마다 듣는 자기 암시 녹음 파일에도 자리잡았다. 그래서인지 NVC 교육원 수업을 신청하여 듣기로 하였다. 나에게는 NVC는 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이렇게 글로 만나는 분들에게도 무의식적, 의식적 폭력성을 덜어내는 과정들을 나누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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